月牙

月牙

그녀의 사랑 그리고 이별, 눈물의 그림자…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눈.썹.달 푸르스름한 새벽녘, 누구도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외로운 시간... 지독하리만큼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이가 있다. 때로는 천금 같았던 추억들, 때로는 자신을 괴롭혔던 외로운 기억들.. 이제는 잊고 싶지만.. 기억을 물고 있는 연결의 고리들이 쉽사리 끊어지지 않아.. 추억의 끝자락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다시 아파해야만 기억들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지독한 사랑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그렇게 지워내고 있다. 누구라도 그녀의 심연에 자리잡은 슬픔의 밑바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녀의 슬픔에, 그녀의 사랑이 그려진 음악 속에 발을 디뎌, 혹여 잘못하면 발길을 잃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랑을 내 사랑으로 대치 시키고, 그녀의 눈물 방울을 나의 눈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녀의 서글픔이, 그녀에게 짙게 드리워진 그늘이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자연스레 잠식시키기 때문이리라. 이소라는 또 한 번 사랑의 슬픔으로 태어난 아픈 기억의 노래들을 그녀만의 목소리와 그늘진 멜로디로 나지막이, 불러내고 있다. 어느새 이소라가 대중들에게 자신의 사랑얘기를 전한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95년 1집 앨범 [고백]을 통해 ‘난 행복해’, ‘처음 느낌 그대로’ 등 숫한 히트곡들을 남기며 가요계에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션으로 이름을 새겼고, 2002년 10월 발표한 5집 [SoRa's 5 Diary]까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그녀는 대중들의 곁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가 있는 뮤지션으로,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 5집을 발표 한 지 2년이 지난 2004년 끝자락, 이소라는 여섯 번째 앨범 [눈썹달]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소라에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진 앨범이며, 쉽사리 없어져 버릴 것 같지 않는 사랑의 기억들을 담아낸 이번 앨범은 어느 누구에게는 이해 못할 사랑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혹 누군가에게는 공감될 수 있는 사랑일 수도 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양날의 시선을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이소라의 6집 앨범은 불독맨션의 이한철, 델리스파이스이자 스위트피(sweetpea)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규, 스토리의 이승환, 러브홀릭의 강현민, 정지찬, 정재형, 신대철 등 그녀의 감성을 음악으로 그려 낼 수 있는 뮤지션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 함께 한 뮤지션들의 라인업은 그녀가 2002년 작업했던 5집의 라인업과 다름이 없을지 모르나, 이들이 풀어놓는 음악들은 더 암울하고, 더 깊은 슬픔의 수렁 속으로 들어갔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각 뮤지션들의 감성이나 음악적 특징들이 더욱 이번 앨범에서는 드러나, 각기 다른 뮤지션의 색깔과 이소라 라는 뮤지션의 만남이 각 트랙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한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 그녀가 전 앨범들에서 한 곡 정도씩은 들려주었던 밝은 분위기의 곡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면, 이번 앨범에 드리운 이소라의 어두운 그늘을 어느 정도 청자들이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 ‘tears’와 ‘midnight blue’ 는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이소라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곡들이다. 낮게 드리운 피아노 연주와 둔탁한 베이스와 드럼의 연주가 외로운 이소라의 보컬에 고요함과 적막감을 선사하는 ‘tears’와 강현민의 음악적 스타일과 이소라의 힘없이 부유하듯 날아오르는 듯한 목소리는 이 곡의 분위기를 배가 시킨다. ‘바람이 분다’ 와 ‘이제 그만’ 은 기존의 이소라의 히트곡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대중들을 만나게 될 ‘이제 그만’은 스토리 이승환이 작업한 곡으로 단정한 사운드와 고급스러운 스트링 세션이 어울려 이소라의 앨범을 기다렸던 이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듯 하다. 지난 5집 앨범부터 함께 작업을 해온 스위트피(sweetpea, 김민규)가 작업한 ‘별’과 ‘듄’. ‘별’은 한밤 외로이 떠있는 작은 별처럼 외롭고 단촐한 기타 연주로 시작한다. ‘먼 하늘 별빛처럼 고요히 시간 속에서 빛나는 너’ 라는 가사가 대변하듯 고요히 진행되는 이 트랙은 마치 스팅의 향취마저 느끼게 하는 멜로디와 원하고,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다. ‘듄’은 크리스찬 디올의 대표적인 향수 ‘듄’의 향기를 연상시키는 듯, 이 곡에서는 오묘하고 진한 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베이스로 깔고 있는 멜로디 라인과 공중을 부유하는 듯한 이소라의 몸짓은 그간의 이소라의 노래들에서 살펴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작은 변화마저 감지하게 한다. 정지찬의 곡이자 피아노 세션에 나원주가 참여해 이 곡으로 인해 자화상이 다시 한번 모이게 된 계기를 만들어낸 ‘소용돌이’, 이한철의 곡인 ‘아로새기다’는 이소라의 비음이 섞인 허스키한 보이스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곡으로 훵크하고 그루브한 모던 록을 선보인 이한철의 다른 음악적인 색깔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시나위의 신대철의 곡인 ‘fortuneteller’ 는 이소라에게는 새로운 옷이자, 묘한 매력을 보이는 트랙이다. 트립합적인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운드나 둔탁한 듯 하나 이소라의 무심한 컬러의 보이스 컬러는 일품이다. 프랑스 유학 중인 뮤지션 정재형과 함께한 ‘세이렌’은 이소라와 정재형, 이 두사람의 특유의 칼날같이 선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이소라의 3집에 수록된 ‘블루 스카이’나 정재형 2집 수록곡 ‘진주 귀걸이를 한 처녀’ 등의 트랙들을 좋아한 이들이라면 이 트랙은 이 두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크로테스크한 넘버이다. 이소라의 구슬픈 허밍만으로도 이 사운드에 담긴 두 사람의 깊은 감성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할 듯. 이소라의 편안한 발라드 버전을 기대했던 이라면 ‘봄’을 추천하며, 이한철의 곡이자 조규찬과 이소라가 작사를 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이한철의 단촐한 기타 연주에 이소라가 친구에게 얘기를 하듯 진행된다. 이렇게 12곡이 담긴 이소라의 6집은 그 어느 이소라의 전작들보다 이소라가 경험하고 느낀 사랑에 대한 어두운 그늘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비극적인 사랑의 슬픔에 갇힌 이소라이며, 외로이 홀로 서있는 이소라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지만 목놓아 소리를 내어 울지는 않는다. 앨범 속에서 이소라는 그저, 자신의 힘들고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름과 음악을 아는 이들에게 풀어놓는다. 이제 이소라의 6집을 듣는 이들은 이소라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될 지 모른다. 포근하고 따뜻한 음색을 가졌다 생각이 들지만, 정작 듣는 이는 그녀의 외로움과 음울함을 경험하게 되고, 그녀의 음악으로 내 사랑을 위로 받으려다가 그녀의 사랑 얘기에 오히려 가슴이 아파지는 앨범. 이소라의 6집 [눈썹달]을 이렇게 정의한다. - 튜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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